지시는 했는데 실행이 안 된다…중소기업 대표들이 반복하는 구조적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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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의 태도나 정신력을 탓하기 전에 대표의 '지시 설계'가 구체적이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중소기업 현장에서 대표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고충은 "직원들이 시킨 일을 제대로 안 한다"는 점이다. 회의 때 고개를 끄덕이던 직원이 며칠 뒤 엉뚱한 결과물을 가져오거나, 마감 기한을 넘기는 일이 반복된다. 이는 단순히 직원의 역량이나 세대 차이 문제가 아니라 지시와 실행 사이의 구조적 결함에서 기인한다.
회의실에서 지시를 내릴 때 직원은 분명히 알겠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막상 자기 책상에 앉으면 무엇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몰라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본다. 대표는 직원이 게으르거나 의욕이 없다고 의심한다. "요즘 애들은 주인의식이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는 오해다. 실행이 안 되는 진짜 이유는 지시가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실행력의 핵심은 의지가 아니라 '이미지'에 있다. 뇌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작업에 대해 강한 저항감을 느낀다. 대표가 "이번 프로젝트 기획안 좀 잘 준비해봐"라고 말할 때, 대표의 머릿속과 직원의 머릿속에 그려진 기획안의 모습은 완전히 다르다. 이 간극이 실행을 막는 본질적인 장애물이다.
잘못된 지시가 만드는 세 가지 매몰 비용
첫째, 방향 수정의 비용이다. 직원이 사흘 동안 공들여 만든 결과물이 대표의 의도와 다르면 그 시간은 고스란히 버려진다. 둘째, 심리적 저항이다. 열심히 한 일이 부정당한 직원은 의욕이 꺾이고, 대표는 불신만 깊어진다. 셋째, 대표의 시간 낭비다. 결국 직원의 일을 대표가 넘겨받아 직접 마무리하게 된다.
"직원에게 일을 맡기는 목적은 내 시간을 벌기 위해서다. 하지만 명확하지 않은 지시는 오히려 대표의 시간을 갉아먹는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해결책은 '첫 화면(Draft)'을 즉시 확인하는 것이다. 일을 지시하고 나서 사흘 뒤에 결과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시 후 1시간 안에 직원이 생각한 '목차'나 '방향성'을 먼저 보고받아야 한다. 첫 단추가 제대로 끼워졌는지 확인하는 데는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 5분이 사흘치의 업무 오류를 막는다.
실행을 보장하는 지시의 기술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회사 소개서를 세련되게 수정해봐"라는 지시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대신 "A사의 소개서 레이아웃을 참고해서, 우리 강점 세 가지만 강조하는 방향으로 5페이지 내외의 초안을 오늘 오후 2시까지 가져와"라고 지시해야 한다. 범위와 기준, 마감 시점이 명확할 때 직원은 즉시 움직인다.
또한 지시 직후에 "방금 내가 말한 내용 중에서 중요한 포인트 세 가지만 다시 말해줄래?"라고 되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표의 언어와 직원의 언어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검증 절차다. 이 짧은 대화만으로도 업무의 재작업률을 80% 이상 낮출 수 있다.
경영은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이다. 지시가 이행되지 않는 환경을 방치하는 것은 시스템의 부재를 자인하는 꼴이다. 사람의 태도를 바꾸는 것은 어렵지만 지시의 형식을 바꾸는 것은 오늘 바로 가능하다. 직원이 일을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가 일을 시키는 법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오늘 사무실에서 지시를 내린 뒤 딱 한 가지만 실행해보자. "내가 시킨 내용이 뭔지 다시 한번 설명해줄래?"라고 묻는 것이다. 직원의 입에서 나오는 답변이 당신의 생각과 다르다면, 그 지시는 아직 미완성이다.
※ 본 기사는 중소기업 경영 현장의 일반적인 사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기업의 상황에 따라 진단 결과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